연애심리컬럼
[ 도람 ] 로맨스 클리셰 TO DO LIST -11- : 집 앞의 그대
2018-05-16 / 236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헤어지는 순간부터 보고 싶습니다. 집에 돌아가서도 맘속에서 사라지지 않죠. 책을 펼쳐도 컴퓨터를 켜도 눈에 선하게 떠오르죠. 그럴 때 “집 앞이야, 나와.” 라는 문자를 받는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행복하겠죠! 그런데, 그 문자가 스토커가 보낸 문자라면 어떨까요. 로맨스도 스토킹도 똑같은 언어를 사용합니다. K 드라마가 범죄와 연애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집 앞의 그대’에 대한 클리셰를 살펴봅니다. 

- 글. 도람 -

 

 

<내 맘처럼, 너도 같겠지>
여자주인공의 집 앞 골목길 한 켠에 선 채로 창문에 불이 탁 켜지는 순간. 남자주인공의 쓸쓸한 마음을 대변하는 테마곡이 터지죠. K 드라마는 나 몰래 누군가가 지켜보는 시선에, 낭만만을 부여합니다.
서로가 연인이었다거나(과거형), 혼자만의 짝사랑이었다거나(상대 의사는 무시), 직장이나 조직 내의 위계관계이거나(위력에 의한 관계) 어떤 상황이라도, 약속이나 예고없이 개인의 집에 함부로 찾아가는 일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사생활 침해고, 민폐고, 공포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 인간관계에서 전화나 문자, 카톡으로 사전에 약속을 잡고 만나온 역사가 이미 유구한데도, 드라마 속에서는 예고치 못한 방문을 하기 일쑤입니다. 깜짝 서프라이즈 방문이 반가우려면, 두 사람의 관계가 신뢰관계이고 충분히 가까워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친한 사이일수록 오히려 “지금 어디야? 가도 돼?” 하고 양해를 구하지 않겠나요.
내가 보고 싶다고 약속 없이 집을 방문했나요? 상대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행동입니다.

 

 

<집 안의 사정>
나는 내 감정에 취해 찾아간 것뿐인데, 상대는 적잖은 공포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 집을 누가 알려준 건지, 혹은 어떤 SNS를 스토킹 한 건지, 어쩌면 나 몰래 내 뒤를 밟은 건 아닐까요. 내가 친밀감을 느끼는 만큼 상대도 그렇게 느낄지, 당신은 알 수가 없습니다. 초대한 적 없는 집에 불쑥 찾아가 새벽에 문을 쿵쿵 두드리면, 그 장르는 호러입니다.

약속을 잡지 않고 기다리는 일, 물어보지 않고 선물을 보내는 일, 주변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정보를 얻으려 차나 밥이나 술을 산 적 있나요. 참으로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노력하는데 상대가 알아주지 않나요? 돈과 시간과 체력이 소진되었죠. 하지만, 상대가 당신의 구애 활동에 보상할 이유는 없답니다.

유명한 검색 키워드 “왜 안 만나줘”를 아시나요? 우리는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울분이 수백, 수천 건의 범죄로 연결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내가 집 앞까지 왔는데 왜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냐. 내가 수백 번이나 전화를 걸었는데 단 한번을 안 받냐. 내가 그렇게나 선물을 보내고 주변 사람들한테까지 잘했는데 왜 나는 안 되는 거냐. 그들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위해서는 합의와 약속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전제를 무시합니다.

K 드라마에서 약속을 잡지 않고 사적 공간을 방문해도 된다고 보여주면, 사적 교제를 떼쓰고 조르고 매달려서 얻어도 되는 줄 아는 연애인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우리가 만나기 위해서>
DO : 만나고 싶을 때는 미리 연락해서 약속을 잡아요.
약속을 잡고 만나면 서로가 즐겁습니다. 상대도 나와의 약속을 기다릴 테고, 나도 약속장소에서 바람 맞을 일이 없으니 좋지요. 친하지 않은 사이일수록 가능한 한 일주일 전, 보름 전, 한 달 전에 미리 연락해서 약속을 잡으면, 중간중간 일정이나 장소나 만나서 해야 할 일을 조율할 시간이 넉넉해지니 좋지요.

DO : 연락은 예의를 갖춰요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 해도, 내가 아무리 상대보다 권력 우위에 있다 해도, 너무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는 전화나 카톡 하지 마세요. 기본적인 사회생활 매너잖아요. 현대인들이 밤늦게까지 깨어있다는 걸 안다 해도, 일과가 끝난 뒤에는 각자의 사생활이 있기 마련입니다. 전화하기 전에 통화 가능한 시간을 카톡이나 문자로 물어보면 더욱 좋습니다.

DON’T : 예고없는 방문에는 문을 열지 마세요.
친하지 않은 지인이 새벽에 문을 두드릴 때, 결코 문을 열면 안 됩니다. 정확한 워딩으로 “절대로 문 안 열 테니까 어서 돌아가세요.” 라고 전달하시고, 근처 지구대에 전화해서 집 앞에 사람이 사라졌는지 확인해달라고 하세요. 그러면 새벽 몇 시라도 패트롤카가 조용히 와주십니다. 문자로 민원 결과도 통보해주십니다. 그러면 안심하고 다시 잠들 수 있죠. 사적 시간에 예고없이 방문하는 사람이 안전할 거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특히나, 상대가 술을 마셨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더욱 위험합니다. 지체없이 단축번호로 지정한 지구대로 전화합시다.

 

 

<안전하고 명랑한 관계>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은 물론 상대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서로 같은 마음이어야 만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그대를 만나기 위해 활활 불탄다 해도, 그것은 내 사정입니다. 상대 또한 만나고 싶은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사용하겠지요. 굳이 나를 선택해달라 졸라대거나 종용하면 안 됩니다.

약속은 아름다운 단어입니다. 남과 북이 만나기 위해서도, 수많은 고민과 합의와 조율이 있었습니다. 원하는 사람과 만나기 위해서 약속을 잡는 연습을 하면서, 남북화합의 시대를 즐겨봅시다. 러브 카운셀러는 오늘도 당신의 연애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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